이책은 지난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부시의 공화당에 패배한 원인을 찾는 과정에 있는 책입니다. 당연히 민주당(혹은 진보주의)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입니다. 따라서, 책의 내용은 전체적인 구성과 관계없이 민주당/진보주의 쪽이 좀더 선한 또는 옳은 방향으로 서술되고 있음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책입니다.
"왜 서민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에 투표할까?"
이런 문제 제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모습은 아니었나 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변화하고, 실업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 청년들이 앞장서서 친기업적이며 부유한 보수층을 대표하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런 부조리를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이책은 그러한 문제들의 원인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편에서는, 사실 과 진실을 알리면 자연스레 이 문제가 해소될거라 기대하지만, 책은 언어와 '프레임(frame, 생각의 틀)'에 근거하여 접근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그러한 '프레임'은 우리 두뇌의 시냅스에 자리 잡고 있으며, 신경 회로의 형태로 물리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사실이 프레임에 부합하지 않으면, 프레임은 유지되고 사실은 무시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이라크 전쟁을 테러(대량 살상 무기)와의 전쟁 또는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처벌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구성해 놓으면,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 전쟁을 위해 퍼붓는 폭탄 수천발이 사담후세인 또는 테러조직만을 목표로 하는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앞서 정착된 프레임에 의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게 된다는 식입니다.
책의 마지막에 보면 역자후기가 있는데 또 이부분이 흥미롭습니다. 노무현 정부시절 청와대와 중앙일보간에 있었던 토론을 인용하는데, 청와대에서는 '양극화'라는 프레임을 사용하는 반면 중앙일보에서는 '중산층 되살리기'라는 언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중앙일보 사설은 '국민 편가르지 말고 중산층을 되살려라' 라는 소제목을 활용하여 토론을 이끌어 가는데, 이런 방식은 책의 앞부분에 언급된 '상대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프레임의 기본원칙에 정확하게 부합되는 내용입니다.
이책은 정치 실용서라고 합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책이라는 거죠. 따라서 미국의 민주당을 지지하는 편이 아니거나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편에 서있는 독자가 읽게 된다면 거북스러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어느쪽에게나 흥미로운 책이 될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있게 되는 토론과정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입법준비중인 최진실법 혹은 사이버 모욕죄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에 많은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는데, 우리의 뇌리에는 벌써 '최진실' 혹은 '사이버모욕' 이라는 프레임이 강력하게 구축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고인의 이름을 인용해서 죄송합니다. 단지 법안으로 언급되어지는 방법을 이야기 하기 위함임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