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젯

[북 가젯]책 도장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13. 20:49
ExLibris나 장서표(藏書票) 또는 장서인(藏書印)을 들어 본적이 있나?

EXLIBRIS는 라틴어인데, EX는 영어로"from", LIBRIS는 "library"를 의미한다. ‘OO의 책’이라는 뜻이다.

중세에 인쇄술이 발명되어 손으로 일일이 적어서 옮기던 책을 마구 찍어내는 시대가 왔었음에도 불구하고 책 한 권의 값은 매우 비쌌다고 한다.

소의 엉덩이에 인두로 주인의 표시를 찍는 식으로 예로부터 모든 재산에는 자신의 표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당연히 고가품에 해당하는 책 또한 자신만의 표시를 하기 시작한 것이 EXLIBRIS, 장서표의 시작이다. 전각이 발달한 동양은 당연히 장서표보다는 장서인으로(도장) 자신의 책을 표시해 왔다고 한다.

요즘은 책이 비싸서라기 보다는 소장하는 의미로 장서인을 만들어서 찍는 경우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교나 도서관에 횡행하던 책 도둑이 많았기에 굵은 글씨로 사전이나 참고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놓는 것에서부터 장서인의 버릇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책에 대한 욕심이 남달라서 내 책에 표시를 남기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장서표나 장서인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던 시절부터 내 나름대로의 장서인 즉, 책 도장을 만들었었다.

첫 번째 책 도장 


처음에는 원본대조필 같은 도장을 만드는 고무로 된 재질로 만들었다. 단순하게 만들었는데, 내 이름만 찍히면 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수정을 해달라고 해도 도장 파는 곳이 대부분 기계를 이용하는 곳이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책 도장은 단순해도 인주색깔을 바꾸어 보자고 생각하고 스탬프용 잉크 중에서 녹색잉크를 골랐었다.


두 번째 책 도장


사용하다 보니 책 도장과 스탬프 잉크가 조금 커서 불편했고, 우연히 연구실에 들렀던 도장아저씨가 파는 만년도장이라고 도장 내부에 잉크가 있어서 별도의 잉크 없이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도장이었다..


세 번째 책 도장


장서표나 장서인에 대해서 주워들어서 나도 내 자신의 책 도장을 파겠다는 의지로 사각형에 내 이름 + 책자를 합쳐서 만년도장으로 만들었다.



요즘은 북 스탬프라고 해서 전문으로 파는 곳이 생겨났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주변에 누군가가 내 캐릭터나 인상에 맞는 책 도장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2004년에 한겨례 신문에 매주 연재되던 판화작가이신 남궁산님의 기사를 보다가 주변에 미술 전공한 사람만 만나면 혹시 책 도장 팔 수 있냐고 물어보는 무 개념의 행동을 한적도 있었다.

인연을, 새기다 - 남궁산의 장서표 이야기
남궁산 지음   2007-12-18

공지영, 김훈, 리영희, 박범신, 유홍준, 윤대녕, 은희경, 이윤기, 정태춘, 박은옥, 최열, 한비야... 판화가 남궁산 씨가 새긴 56개의 장서표(藏書票)와 그 주인인 56명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은 책이다.

한겨례에 연재되던 남궁산님의 장서표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인데, 책 도장의 주인과 얽힌 사연과 왜 그렇게 책 도장을 새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되면 당장 당신도 책 도장을 파겠다는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책 도장 또는 북 스탬프라고 검색해보면 재미난 모양의 책 도장을 만들 수 있다. 



책을 사랑한다면 하나쯤은 있으면 좋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