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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낭만적 밥벌이

낭만적 밥벌이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락 음악에 미쳐있던 고딩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땡땡이 치고 '신화라인' 이라는 음악다방에서 커피를 홀짝이던 그때, 내 꿈은 작은 콘서트 홀 혹은 음악카페를 갖는 것이었다. 0으로 시작하는 학점을 맞고선 쫓기듯 떠밀린 군대, 활자에 대한 그리움으로 신문 한켠에서 오려낸 신춘문예를 읽던 그때의 내 꿈은 소설가가 되는것. 그리고 또 어떤 꿈을 가졌었을까.. '철 들었다' 가 '꿈을 잊고 산다'와 이음 동의어라는걸 알고 난 지금, 이제 철은 좀 그만 들자. "고마 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꿈을 이루는 것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행복하다고 깨달은 후 가진 또 다른 꿈 때문이다. 바로 열 개의 직업을 갖는 것! ..(중략).. 중요한 것은 키키봉은 늘 꿈을 꾸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여전히 프로그래밍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좀더 자유롭고 싶어하는 나의 영혼을 위해서 오늘도 여행서를 뒤적인다. 아이들 쫌만 더 크면 세계여행을 떠날거라는 이야기에 영어 수학 뒤쳐지면 어쩔거냐는 걱정 스런 눈초리를 보내는 친구들이지만, 그녀석들은 우리집 거실에 세계지도가 자리하고 있는건 모르겠지. 두번이나 배우기를 도전했다 포기했던 일렉트릭 기타 이지만, 언젠간 사막의 작은 호텔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무대삼아 '호텔 캘리포니아'를 연주할거란 내 꿈이 여전히 진행형이란건 다들 모르겠지 큭큭.

동료 카피라이터들이 신문광고의 깨알 같은 카피들을 수정하며 밤을 샐 때 키키봉은 주머니 속 사직서를 만지작거렸다. 요즘 일 좀 있어? 하고 지인들이 프리랜서인 키키봉을 걱정할 때 가방 속에는 이미 상가 임대계약서가 있었다. 꿍꿍이를 도모할 때 지인들이 놀랄 걸 생각하면 키키봉은 즐거워 죽겠다.

그런데, 역시 낭만의 적은 '밥벌이'다. 밥벌이가 '낭만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먹고 사는 문제를 이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을 포기하는지 알기에 이 책은 꿈을 간직하고 도전하는 과정에 그 소중함이 있다는걸 깨우쳐 준 책이다. 쉽지 않았을 저자의 카페 창업기가 이토록 낭만적이고 유쾌한 이유는, 그가 카페를 접은 지금 좌충우돌 겪어가던 그 기억들을 어떻게 간직하고 있을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다음은, 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