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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역사로 배우는 경제, 자본주의

★★★★★ - 특히 요즘에 읽어보면 좋을 책.

지금은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가 추천 해서 유명해진 바로 그 책,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를 이번에 읽었습니다. 구속된 박대성 씨가 진짜 미네르바인지에 대한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그를 통해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고맙기 그지없단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만큼 좋은 책 입니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지음 / 책벌레
나의 점수 : ★★★★★





이 책을 읽고 두가지 아쉬움이 생겼는데요, 첫번째는 책 제목에 왜 굳이 '자본주의'라는 단어를 넣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원 제목은 'The Story of Wealth of Nations'로 어디에도 '자본주의'라는 단어는 없는데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 책이 지향하는 좌파적 이념을 굳이 드러내서 더 많은 독자를 만날 기회를 스스로 저버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거죠. 색깔을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점에서 이 책이 갖는 한계 또한 명확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자본주의', 혹은 '자본론' 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갖는 우리사회의 모습을 감안 한다면 말이죠.

두번째는 우리나라의 교과서들에 대한 불만입니다. 내용을 떠나서, 고등학교때 세계사나 사회과목을 보면 스토리 텔링을 완전히 배제하고 단순 암기에 편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덕분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부했음에도, 기억속에는 '몇년도 누구'하는 식의 파편적 단어들만 머리속에 남는 거죠. 이 책처럼 이야기로 구성하고 원리를 설명했다면, 시간이 좀더 들고, 설령 시험문제의 출제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근대사와 경제교육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저에겐 그 만큼 좋았던 책입니다. 봉건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긴 하지만, 이후로 넘어오면 산업혁명부터 자본주의의 태동, 그리고 자본주의가 가진 근본적 한계로 인한 반복적 불황에 대한 설명까지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명쾌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최근의 경기 불황에 생각이 미칩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산업 활동의 결과, 시장을 찾아 헤매는 상품이 나타난다. 이런 상품이 생산 과정에 있는 동안은... 비정상적인 활동이 계속된다. 그 다음에는 낙관이 너무 지나쳤다는 것, 즉 낙관은 시장의 시험에서 살아남지 못한 다는 것이 드러난다. (중략) 지나친 낙관으로 예상 이윤을 과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널리 인정된다. 그 결과 기업 활동의 흐름이 억제된다.

중요한 것은 위의 과정이 반복된다는 거죠. 낙관에 의한 생산 증대 -> 이윤 감소 -> 기업 활동 억제 -> 재고 소진 -> 수요 증가 -> 이윤 상승 -> 낙관 증대.. 식입니다. 그리고 최근의 공황이 18세기 이전의 흉작이나 전쟁, 전염병 등에 의한 공황과 전혀 다른 특징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18세기 이전의) 공황의 특징은 식량과 기타 필수품의 결핍, 그리고 그에 따른 물가 상승이었다. (중략) 자본주의의 도래와 함께 발생한 공황의 특징은 결핍이 아니라, 과잉이다. 이러한 공황에서는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하락한다.


자, 그러면 이렇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공황에 해결책은 있을까요? 마르크스는 그것이 자본주의의 근본적 한계라고 합니다.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라는 거죠. 오늘자 신문 뉴스를 보니 G20 정상회의가 영국에서 개최되었네요. 각국의 정상들이 이번에는 마르크스의 난제를 풀어낼지 귀추가 주목되는 장면 입니다.


약 90년 전에 토머스 칼라일은 자본주의 체제가 직면한 공황을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묘사했다. "한편에는 팔리지 않는 셔츠가 수백만 벌씩이나 걸려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그것을 살 능력이 전혀 없는 근면하고 헐벗은 사람이 수백만이나 있다."
칼라일이 "여러분은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썼을 당시에도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세계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공황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그것이 얼마만큼이나 사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