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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건투를 빈다, 똥꼬 깊수키~

이 겨울, 이런 저런 고민으로 골치가 아프다면...

수년전, 그러니까 2002년 월드컵을 전후로 하던 시기에 딴지일보는 인터넷에서 만큼은 그들이 경멸해 마지않던 좃선일보보다 더한 영향력을 행사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 일간지의 폐해에 대해서 가장 신랄하고도 통쾌한 똥침을 날리던 것도 바로 그 딴지일보였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던 때에 딴지 특파원들(을 자청한 사람들)의 자부심 넘치는 현지 반응 기사를 (딴지 식으로)눈물 주륵 흘리며 읽던 추억을 안겨준것도 바로 딴지일보 였습니다. 

인터넷에는 딴지체(졸라!)가 유행을 했었고, 사내에 미끄럼틀이 있다던 문래동 사옥은 지금의 구글플렉스 만큼은 아니더라도 인터넷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성지'처럼 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 언젠가 부터 딴지일보는 어느새 한켠으로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들이 날리는 똥침이 더 이상 흥미롭지 못한 이유가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비데 때문인지 아닌지, 지금 그 원인에 대해서 분석할 능력도 되지 않지만, 솔직히는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 그런거죠 뭐. 이바닥이. 

그랬는데, 아 그 딴지일보의 종신 총수 김어준이 다른 책도 아니고 인생 상담기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솔직히 전혀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그 사람 개인적으로 알진 못해도 그렇게 친절할것 같지도, 오지랖 넓게 남들 인생사에 시시콜콜 조언따위 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책, 제대로 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도 상담좀 받고 싶다는 생각이 멈추지를 못했습니다. 

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2008-11-10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의 총수인 김어준이 '한겨레 ESC', '그까이꺼 아나토미'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 연재한 상담을 묶은 책. 수많은 젊은이들을 갈등과 혼란에 빠뜨리는 정체성과 자존, 가족, 우정, 직장, 연애에 대한 질문에,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예상대로 그는 절대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가 이야기 하는 대로 인생상담 하는 사람들이 보통은 공감과 동정을 원하겠지만, 그는 아닌건 아니라고 말해버립니다. '감당할 수 없거든 포기하든가' 는 식이죠. 하지만, 명쾌합니다. 이리 저리 말 돌려 가면서 상담자의 비위 거슬릴까 고민하지 않고, 에둘러 짐작함 없이 그냥 바로 본질을 짚어 내어 아프지만 후련하게 털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책을 읽고 나면, 씁쓰름 하긴 해도 속시원 하게 후련합니다. 나, 가족 문제 부터 친구, 직장, 연인문제에 이르기 까지 방대하고도 다양한 상담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상당 부분 독자의 무릎을 치게 만들만큼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기도 하고, 그 해결방법 또한 군더더기 하나 없이 쿨~ 합니다. 글쎄요, 제가 딴지의 열렬한 애독자 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인생 매뉴얼, 누구나 한권 쯤 소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딴지 총수 김어준 이라는 이사람, 내공이 보통은 넘을것이란 짐작은 했지만, 이정도 인줄은 몰랐습니다. 두껍고 냄새나는 철학책, 처세책을 수십권은 뒤져서야 만날수 있는 만큼의 경구들을, 그는 가볍게 이 책 한 권에 오롯이 담아 놓았습니다. 의도한건지는 몰라도 그는 확실히 읽히는 책을 쓸줄 아는 사람이고, 적어도 본전 생각나게 하지 않는 알맹이로 독자의 똥꼬에 통렬한 똥침을 날립니다. '똥꼬 깊숙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