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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퀴즈쇼를 통해 바라보는 인도

Q&A
비카스스와루프  
계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소설. 이 책은 인도 현직 외교관 비카스 스와르푸의 데뷔작이다. 그는 첫 소설인 『Q & A』를 통해 파리 도서전 독자상, 남아프리카 부커상 등 여러 ...

인도라는 나라. 신비하고 철학적일 것 같은. 인도 사람들 수학을 잘 한다던데. 영어 발음이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던데. 카레와 요가. 히말라야. 타지마할. 힌두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도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는 단편적이고 또 표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나라에 살고 있지 않으므로.. 마치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대해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인 나라' 로 치부해 버리는 것처럼 말이죠. 우연한 기회에 사춘기 3년을 인도에서 보낸 저는 인도에 대한 이런저런 (주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한 번 다녀와 보라'고 이야기 합니다.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나라이기에..

여기 Q&A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그 어떤 여행책자보다 현대 인도의 면면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주는 소설입니다. 저자인 비카스 스와루프는 현직 외교관으로, 외교관 업무를 하며 불과 두 달만에 쓴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주인공인 람 모하마드 토머스라는 길거리 청년이 10억루피 (230~240억원)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서 12문제를 모두 맞혀 퀴즈왕이 됩니다. 정규교육이라고는 받아본 적도 없고 신문도 한 번 읽은 적 없는 어린 청년이 어떻게 퀴즈왕이 될 수 있었을까요?



하층민 소년들이 많이 하는 일 중 하나인 다바왈라 (도시락 배달부)
책에서는 토머스의 절친한 친구인 살림이 다바왈라로 일합니다.
http://pressmart.net/blog/uploaded_images/800px-Dabbawalla1-799286.jpg


인도 방방곡곡을 떠돌며 어린 나이에 온갖 경험을 다 하게 된 주인공 토머스. 그에게 주어진 퀴즈 문제들은 지식을 요하는 것들이라기보다, 힘들고 상처받았던 경험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얻게 된 것들을 묻는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죠. 한 문제씩 얽힌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토머스의 삶과 함께 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라는 특이한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종교 갈등이 어느 사회보다 심한 인도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는 이름입니다. 힌두교 이름인 람, 이슬람교 이름인 모하마드, 기독교 이름인 토머스. 이름에 얽힌 사연도 흥미진진합니다 :)


힌두교의 대표신이라 할 수 있는 시바(Shiva) 신.
힌두교에는 신만 1억명이라고 하죠...
http://ec1.images-amazon.com/images/G/01/askville/5131824_5132074_mywrite/shiva.gif

 
현대 인도사회에 대한 유머와 풍자가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정치, 사회, 문화, 경제, 종교, 외교 등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가 품고 있는 독특한 면모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소재들을 흥미롭게 배치한 작가의 역량은 신인이라고 보기 어려울만큼 놀랍습니다. 반전 또한 빼놓지 않았네요!

책을 읽으면서 영화로 나와도 성공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트레인스포팅', '밀리언즈' 등을 만든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고 하네요. 뮤지컬도 제작 중이고 BBC에서 희곡으로도 방영된 바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재밌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인도 가고 싶다' 였습니다. 관광홍보 광고나 매력적인 여행상품보다도 책 한 권이 가진 힘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나라도 드라마나 영화 뿐 아니라 책으로도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