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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교직을 꿈꾸는 이들에게

교직에 몸을 담기 전 꼭 읽어야 하는 책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2005-01-12
일본에서 '밤의 선생'으로 불리는 미즈타니 오사무의 교육 에세이. 유명 진학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밤거리를 전전하는 녀석들에겐 제대로 된 교육의 필요 없다'는 동료 교사의 말에 반발하여 야간고등학교로 전근, 13년간 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3년 전 교대에 다니던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교보문고에서 기다리던 중 우연히 한 곳에 놓여있는 걸 발견하게 된 것이 인연이다. 

미즈타니 오사무

'일본에서 가장 죽음에 가까이 서 있는 교사', '밤의 선생' 이라는 또 다른 이명을 가지고 있는 그는 12년간 일본의 한 야간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방과후 밤거리를 순찰 방황하는 일본의 비행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고 설득하여 밝은 곳으로 이끌어 낸 오늘날 교사를 꿈꾸는 이들이 본 받아야 할  교사다. 

   
  "저, 도둑질한 적 있어요."

괜찮아.

"저, 원조교제했어요."

괜찮아.

"저, 친구 왕따시키고 괴롭힌 적 있어요."

괜찮아.

"저, 본드 했어요."

괜찮아.

"저, 폭주족이었어요."

괜찮아.

"저, 죽으려고 손목 그은 적 있어요."

괜찮아.

"저, 공갈한 적 있어요."

괜찮아.

"나, 학교도 안 가고 집에만 쳐박혀 있었어요."

괜찮아.
어제까지의 일들은 전부 괜찮단다.

"저, 죽어버리고 싶어요."

하지만 얘들아, 그것만은 절대 안 돼.
우선 오늘부터 나랑 같이 생각을 해보자.
 
   

이 책을 읽다 보니 내 어렸을 적 일이 떠 올랐다.

어렸을적 나는 지금처럼 활달한 모습이 아니라 내성적인 모습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랬던 내가 학창시절 두발제한 반대운동과 여러가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만났던 '우혁' 이라는 복학생과의 잠시 동안의 만남 때문이다.

처음 그를 봤을때 모두들 두려워 했지만 나는 왠지 모르는 이끌림에 임원임라는 이유로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옆에 앉겠다고 담임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고 그의 곁에서 때로는 방패가 때로는 동생이 되어서 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보니 중학교를 졸업한 애들은 취업이 되는데 나는 짱개집 밖에 못하더라, 이번엔 꼭 졸업해서 고등학교 검정고시 볼거야' 라고 포부를 이야기 했던, 반 아이들 모두 의지하며 무지 좋아했던 '우혁'은 어느날 담배를 피기 위해서 화장실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도둑으로 몰려 오전부터 방과 후 까지 본관 교무실과 신관 교무실에 걸쳐서 남자 선생님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놀이감이 되었다.

종례가 끝나기 전 얼굴에 손자국과 옷에 발자국을 묻히고 들어온 '우혁'은 내게 말했다.

'씨발 좆같아서 내가 다시는 학교 같은거 안다닌다. 잘지내라 미안하다'

그리고 그 후로 몇년 후 두번 마주친 이후로는 그를 보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서운 인상이었지만 그 가슴만큼은 참 천사같고 여렸던 '우혁'이 학교를 떠난 것은 내게 큰 영향을 끼쳤다. 

어렸을 적 부터 '알고 배운대로 사는 것이 가장 옳은 삶'이다 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내가 본 광경들은 한국사회의 교육이 옳은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는 생각 밖에 할 수 없었다.

과거던 현재이던 교권 하락, 체벌 허용 등등 전교조를 비롯한 오늘날의 교직에서는 학생들이 개념이 없다느니 선도를 해야 한다느니 많은 이야기들을 근거로 학생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물론 몇몇 선생님들로 인해서 전체를 일반화 하는 것은 큰 일이지만 내가 아꼈던 고등학교학생회장 연합단체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무리가 아니다.

과연 문제는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선생님? 학생들?

이 책을 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지역 전부가 두려워 하는 밤거리의 아이들이 유독 그에게 마음을 여는 이유가 뭘까?
그 밤거리의 아이들이 결국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뭘까?

‘내게는 아이들의 과거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현재도 아무래도 상관없다. 

시간이 걸려도 좋고, 누군가의 도움을 빌려도 좋으니까, 
그들이 자신의 뜻과 힘으로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무조건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살아주기만 해도 좋다. 

나는 어른들이 “지금까지 정말 잘 살아줬구나.” 라고 
그들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를 인정하고, 제대로 칭찬해주었으면 한다.

라고 말하는 미즈타니 오사무의 신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국가의 녹을 먹겠다는 모든 교대생과 강사자격증 준비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학생들을 성폭행 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선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이론을 가르치기 위해서 너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너의 동생 , 너의 아들/딸 , 너희 후손들에게 자주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가르쳐 
 행복할 수 있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교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나라의 빌게이츠가 태어나느냐 와 히틀러가 태어나느냐의 책임의 70%는 너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