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 재미는 있지만..

by 레블

재미있는 책이 항상 좋은것만은 아니라는,


일요일 오전, 아이에게 책읽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 주리라는 얇팍한 의도로 펴 들었는데, 방금 다 읽었네요 두껍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흡인력이 있습니다

배려 - 마음을 움직이는 힘 한상복 지음   2006-01-10 성공이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충실하게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대가이다. 경쟁자를 쓰러뜨리거나 누군가를 밟고 일어선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 자체만을 목표로 하고 달려가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배려'와 '나눔'은 타인이 아닌 결국 나 자신을 위한 배려이다.

그런데.. 또 그만큼 좋은책인지는 확신이 서질않습니다. '배려'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우화풍의 이야기를 예상했었거든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와 같은것 말이죠. 하지만 오히려 이책의 서술 구조는 The GOAL에 흡사합니다. 제가 보기엔, 제목이 풍기는 분위기와 책의 이야기가 기대와 다르다는걸 느꼈습니다.

어쨌든, 회사내의 파워게임과 암투, 구조조정의 위험 속에서 멋진반전으로 마무리 되는 책의 플롯은, 재미적인 요소 만큼은 뛰어납니다. 한편의 기업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군더더기 없이 유려하게 흘러가는 줄거리는 책을 쓰면서 스토리전개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게 해줍니다.

그런데 저는 웬지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배려'와는 다소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제가 생길때마다 인도자가 등장해서 배려가 실마리임을 알려주지만 그마저도 작위적이란 느낌이 들었던 것은, 인도자가 제시하는 배려의 3가지의 키워드보다, 오히려 극의 전개와 결말에 더 관심이 가기 때문이란 생각입니다.

게다가 주인공에게 상대를 더 배려하는 모습으로 본보기가 되어지는 1팀의 구성원들의 모습에서도 특별히 '배려'라는 단어가 어울리는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물론 상가집에 가서 슬픔을 당한 유족을 위해 일을 도와주고, 영업을 위해 만난 거래처 사람의 취미가 무엇인지 조사해서 그에 맞게 대화를 이끌어 가는것 등등이 나쁜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책에서 말하려는 '배려'의 세가지 키워드와 그런 모습이 살짝 어긋난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요? 오히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상대를 배려하는것은 진정한 배려가 아니라 '처세'쪽에 가까운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게 그건가요? 음 뭐..

결론은 그렇습니다. 이 책은 제가 보기에 스토리텔링에는 성공했지만 오히려 그런점 때문에 진지하게 '배려'라는 주제를 성찰할 여유가 책속에서는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나쁘다는건 아닙니다. 보통 책을 읽자 마자 후기를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건 책을 읽고난 감상과 느낌이 지워지는것이 아깝다는 것이거든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시한 별점만으로 평가되기엔 오히려 다소 미안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분명 제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좋은 책일수 있다는 미련이 남아 사실 망설이게 됩니다.

책에서 인도자는 배려의 세가지 키워드 중 '상대방의 관점으로 보는' 배려를 그 두번째로 놓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의 야박한 독서 후기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밤을 보냈을 지은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거.. 책을 잘 못 읽은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