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평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미국식 유머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실과 모리스는 기도할 때 담배를 피워도 되는지 궁금해졌다. 먼저 세실이  랍비(유대교의 선생)에게 찾아갔다.

"선생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정색을 하며 대답하기를) 형제여, 그건 절대 안 되네. 기도는 신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그럴 순 없지."

세실로부터 랍비의 답을 들은 모리스는 세실이 질문을 잘못했다면서 랍비에게 찾아갔다.

"선생님, 담배를 피우는 중에는 기도를 하면 안 되나요?"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형제여, 기도는 때와 장소가 필요없다네. 담배를 피는 중에도 기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
 
   

말장난처럼 느껴지는 분도 있겠지만 이것처럼 '프레임' 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예도 없을 겁니다.

사람은 일생 동안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쏟아지는 정보에 노출됩니다. 당연히 그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은 흘려버리고, 어떤 것은 나누고 어떤 것들은 합쳐서 받아들입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그 방법이 다를 수 밖에 없겠지요. 바로 이게 프레임, 즉 '인간에게 내재한 주관적인 정보 처리의 틀'  이라는 것입니다.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2007-06-08
'프레임(Frame)'은 흔히 창문이나 액자의 틀, 안경테를 의미한다. 이것은 모두 어떤 것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심리학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프레임의 가장 흥미있는 점은, 위에서 소개한 유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같은 정보도 전해지는 형태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 라는 사실입니다. 수천년전에 이미 이런 인간의 프레임을 꿰뚫어본 고사가 있었지요. 바로 그 유명한 '조삼모사' 입니다. 하루에 일곱 개 주는 건 마찬가지인데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는건 싫고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면 좋다고 받아들이는 심리. 제 3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어이없어 보이지만 정작 그 이해 당사자가 되면 원숭이와 별반 다를 바 없어지지요.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이하 '프레임') 의 저자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분입니다. 그래서인지 다행스럽게도 '프레임' 은 읽는 사람에게 내재적인 변화를 안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만일 이 책의 저자가 광고 에이전시에서 산전 수전 겪은 사람이었거나 경영학 교수였다면 타인의 프레임을 이용해서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에 초점을 둔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저자는 '프레임' 을 '지혜' 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위 수준과 하위 수준 프레임을 나누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상위 프레임에서는 'Why'를 묻지만 하위 프레임에서는 'How' 를 묻는다는 점이다 ...... 상위 수준의 프레임이야말로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견지해야 할 삶의 태도이며, 자손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pp. 24~25)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일도 늘 상위 수준으로 프레임해야 한다. 일상적인 행위 하나하나를 마치 그것을 먼 미래에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의미 중심으로 프레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pp. 187)
 
   
사실 '프레임' 을 통해 지은이가 하려는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들이 지겹게 들어왔던 '좋은 말들' 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이야기를 해도 그냥 주입하려는 것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뒤에 감추어진 바탕을 보여 주면서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감명을 받았습니다(오죽하려면 소장용으로 한 권 더 주문했겠어요).

'프레임' 은 모두 7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1 ~ 4 장은 일반적인 시야에서 접근하며 5 ~ 6 장은 돈에 관계된 부분에 집중하다가 마지막 7 장에서 바람직한 프레임을 가지기 위한 지침을 소개합니다. 5 ~ 6 장의 내용은 제가 오래 전에 소개한 '돈의 심리학' 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1 ~ 4 장의 내용을 중심으로 읽고 5 ~ 6 장은 건너뛰거나 '돈의 심리학' 을 통해 더 자세하게 파고들기를 권해드립니다.  


oldty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