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haveuheard입니다.
올 한 해, 재미있는 책들 많이 읽으셨는지요.
저는 올해 책보다 TV에서 더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찾은 것 같습니다.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불리는 공중파 3사의 프로그램들과 함께, '슈퍼스타 K'를 비롯한 케이블 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어떤 드라마보다, 뉴스보다 재미있고 진솔하게 다가와 느낀 점이 많았어요. 사람들의 치열한 살아내기를 보여주었다고 할까요.
그런 연유로, 제가 올 한 해 읽었던 책 중 저자 본인의 진솔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책들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가벼운 책부터 알려드릴까요.
첫번째는 '장기하와 얼굴들'로 단박에 떠오른 '붕가붕가레코드' 레이블에서 내놓은 책입니다. 이름이 거창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박하기도 하죠. 그저 '딴따라질' 이라 자신들의 음악하는 일을 가볍게 부르면서 계속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 느껴지기도 하고, 또 '지속가능한(sustainable)' 이라는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인 말을 부담없이 끌어와서 그렇기도 합니다.
+ 장점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 라는 자세, '이건 안돼, 저건 못해' 같은 사회적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든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이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고, 요즘 대학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동아리나 음악 모임, 밴드 활동에 대해 향수를 느껴볼 수 있다는 거죠.
- 단점은, 자유롭게 여러 필자들이 과거의 기억을 소회하듯 쓰다 보니 읽는 데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장기하와 얼굴들' 에 대한 내용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두번째 책은 사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입니다.
예전에 길고양이를 굶어죽게 만드는 주택가 기사가 나오기도 했을 만큼, 아직은 우리나라가 길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좋지는 않은 편인데요, 그래서 도둑고양이라고도 심심찮게 불리구요. 이 책은 동네 마실 돌아다니는 기분으로 저자가 일년여 동안 동네에서 마주친 고양이들을 함께 사진으로 보고, 커가는 모습을 살피고, 로드킬(교통사고)이나 안좋은 일로 세상을 떠나는 것까지 함께하면서, 여러분의 동네에서 앞으로 마주칠 고양이에게 웃어줄 수 있게 만드는 책입니다.
+ 장점은 먼저 예쁜 사진과 일러스트가 많다는 것이고, 스튜디오의 예쁜 배경에서 미용을 마친 애완고양이뿐만 아니라 골목길의 담 위에서 움츠린 길고양이도 예쁘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는 이유만으로도 이웃들에게 눈총을 받는다거나, 사료값이 너무 많이 들어 그만두려던 때에, 블로그의 독자들이 자비로 사료를 저자에게 보내주었다는 내용 등 다양한 경험을 따라가볼 수 있습니다.
- 단점은 읽고 나면 왠지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점이랄까요. ^^
세번째는 에코 라이프, 혹은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보겠다면서도 와이파이는 포기하지 못하는 남자의 좌충우돌 귀농기, '굿바이 스바루' 입니다. 요즘 친환경적인 소비/생활/식품 등등이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친환경적인 재생종이 패키지' 를 보면서 '아예 패키지가 필요없게 물건을 팔면 될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도, 뭐 비닐봉지 쓰지말자 정도의 내용이라면 읽다 던져버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 읽어내리는 데 두 시간도 안 걸렸을 만큼 재미있고, '나도 뭔가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그것이 이 책의 힘인 것 같습니다.
+ 장점은, 재미있다는 겁니다. 이 못말리는 저자는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에 목장을 하나 사서 지속가능한 생활을 혼자서라도 해보자고 나름 귀농을 했지만 무선랜과 아이팟과 그리고 아이스크림만은 포기 못 하는 남자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얻기 위해 염소를 기르고, 그러다보니 목장 밖 늑대들이 염소를 노리고, 결국 밤 새서 보초를 서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고난의 연속이 독자에게는 '다음에는 또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라고 기대하게 만들죠. 또 하나는, 자동차를 석유 없이 콩기름만으로 가도록 개조하지는 못할지라도, 책의 말미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적어도 이 정도는 너희들도 좀 하지'라는 부분에서는 왠지 마음이 움직입니다.
- 단점은,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우리에게 와닿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경험들도 있다는 점 정도가 되겠군요.
마지막은 미국의 한 사회학 교수가 자신의 박사과정 논문연구 과정을 담은 '괴짜사회학'입니다. 저자는 도시의 빈민층에 대한 공공정책, 갱스터, 소위 폭력배들에게 빈민층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려는 정책에 대해 박사논문을 쓰려다가, 대학가 옆의 슬럼가를 방문하게 되고, 책과 논문들에서 알려주지 않는 현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곳에 직접 거주하고, 주변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 연구를 진행하는 데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소설처럼 보여줍니다.
+ 사회학 관련 책이지만 전혀 무겁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영화화 결정도 되었다는군요. 빈민자/홈리스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줍니다. 저자는 '통계'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직접 빈민가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여러분 주변에도 분명히 '통계'가 알려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볍게 볼 수 있는 느낌은 아니라는 점, 원서는 더 이전에 출판되었다는 점 정도겠지요.
^^ 이밖에도 많은 책들이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네 권 정도로 올해의 책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올 한 해, 재미있는 책들 많이 읽으셨는지요.
저는 올해 책보다 TV에서 더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찾은 것 같습니다.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불리는 공중파 3사의 프로그램들과 함께, '슈퍼스타 K'를 비롯한 케이블 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어떤 드라마보다, 뉴스보다 재미있고 진솔하게 다가와 느낀 점이 많았어요. 사람들의 치열한 살아내기를 보여주었다고 할까요.
그런 연유로, 제가 올 한 해 읽었던 책 중 저자 본인의 진솔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책들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가벼운 책부터 알려드릴까요.
|
첫번째는 '장기하와 얼굴들'로 단박에 떠오른 '붕가붕가레코드' 레이블에서 내놓은 책입니다. 이름이 거창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박하기도 하죠. 그저 '딴따라질' 이라 자신들의 음악하는 일을 가볍게 부르면서 계속 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 느껴지기도 하고, 또 '지속가능한(sustainable)' 이라는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인 말을 부담없이 끌어와서 그렇기도 합니다.
+ 장점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 라는 자세, '이건 안돼, 저건 못해' 같은 사회적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든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이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고, 요즘 대학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동아리나 음악 모임, 밴드 활동에 대해 향수를 느껴볼 수 있다는 거죠.
- 단점은, 자유롭게 여러 필자들이 과거의 기억을 소회하듯 쓰다 보니 읽는 데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장기하와 얼굴들' 에 대한 내용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
두번째 책은 사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입니다.
예전에 길고양이를 굶어죽게 만드는 주택가 기사가 나오기도 했을 만큼, 아직은 우리나라가 길고양이에 대한 시선이 좋지는 않은 편인데요, 그래서 도둑고양이라고도 심심찮게 불리구요. 이 책은 동네 마실 돌아다니는 기분으로 저자가 일년여 동안 동네에서 마주친 고양이들을 함께 사진으로 보고, 커가는 모습을 살피고, 로드킬(교통사고)이나 안좋은 일로 세상을 떠나는 것까지 함께하면서, 여러분의 동네에서 앞으로 마주칠 고양이에게 웃어줄 수 있게 만드는 책입니다.
+ 장점은 먼저 예쁜 사진과 일러스트가 많다는 것이고, 스튜디오의 예쁜 배경에서 미용을 마친 애완고양이뿐만 아니라 골목길의 담 위에서 움츠린 길고양이도 예쁘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준다는 이유만으로도 이웃들에게 눈총을 받는다거나, 사료값이 너무 많이 들어 그만두려던 때에, 블로그의 독자들이 자비로 사료를 저자에게 보내주었다는 내용 등 다양한 경험을 따라가볼 수 있습니다.
- 단점은 읽고 나면 왠지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점이랄까요. ^^
|
세번째는 에코 라이프, 혹은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보겠다면서도 와이파이는 포기하지 못하는 남자의 좌충우돌 귀농기, '굿바이 스바루' 입니다. 요즘 친환경적인 소비/생활/식품 등등이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친환경적인 재생종이 패키지' 를 보면서 '아예 패키지가 필요없게 물건을 팔면 될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도, 뭐 비닐봉지 쓰지말자 정도의 내용이라면 읽다 던져버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 읽어내리는 데 두 시간도 안 걸렸을 만큼 재미있고, '나도 뭔가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그것이 이 책의 힘인 것 같습니다.
+ 장점은, 재미있다는 겁니다. 이 못말리는 저자는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에 목장을 하나 사서 지속가능한 생활을 혼자서라도 해보자고 나름 귀농을 했지만 무선랜과 아이팟과 그리고 아이스크림만은 포기 못 하는 남자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얻기 위해 염소를 기르고, 그러다보니 목장 밖 늑대들이 염소를 노리고, 결국 밤 새서 보초를 서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고난의 연속이 독자에게는 '다음에는 또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라고 기대하게 만들죠. 또 하나는, 자동차를 석유 없이 콩기름만으로 가도록 개조하지는 못할지라도, 책의 말미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적어도 이 정도는 너희들도 좀 하지'라는 부분에서는 왠지 마음이 움직입니다.
- 단점은,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우리에게 와닿지 않거나 할 수 없는 경험들도 있다는 점 정도가 되겠군요.
|
마지막은 미국의 한 사회학 교수가 자신의 박사과정 논문연구 과정을 담은 '괴짜사회학'입니다. 저자는 도시의 빈민층에 대한 공공정책, 갱스터, 소위 폭력배들에게 빈민층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려는 정책에 대해 박사논문을 쓰려다가, 대학가 옆의 슬럼가를 방문하게 되고, 책과 논문들에서 알려주지 않는 현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곳에 직접 거주하고, 주변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 연구를 진행하는 데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소설처럼 보여줍니다.
+ 사회학 관련 책이지만 전혀 무겁지 않고 재미있습니다. 영화화 결정도 되었다는군요. 빈민자/홈리스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줍니다. 저자는 '통계'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직접 빈민가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여러분 주변에도 분명히 '통계'가 알려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볍게 볼 수 있는 느낌은 아니라는 점, 원서는 더 이전에 출판되었다는 점 정도겠지요.
^^ 이밖에도 많은 책들이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네 권 정도로 올해의 책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폰에 찍힌 책들 #3 (0) | 2011.12.14 |
---|---|
스마트폰에 찍힌 책들 #2 (0) | 2011.11.08 |
스마트폰에 찍힌 책들 #1 (0) | 2011.10.27 |
2009년 먹는 언니가 읽은 책들 (2) | 2009.12.31 |
2009년 내가 읽고 직접 뽑는 "올해의 책" - Best of Best (2) | 2009.12.29 |
마루날이 선정한 2009년 올해의 책 : 협상의 10계명 (0) | 2009.12.26 |
레블의 북카트 엿보기 (0) | 2009.10.23 |
7월 2주차에 눈에 들어오는 새 책들 (0) | 2009.07.10 |
책(冊), 모 아니면 도! 빠져들거나 아니면 뱉어내거나! (1) | 2009.07.09 |
7월 1주차에 눈에 들어오는 새책들 (0) | 2009.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