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리나라에서 오래되었기로 따지면 어디에도 안 꿀릴 만큼 세월을 먹은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그래서 딱히 좋거나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경영기획실 소속이다 보니 하는 일이라고는 허구헌날 회의록, 엑셀, 파워포인트, 회의록, 엑셀, 파워포인트 (feat. 무한반복) 입니다.
회사에서 만드는 문서, 특히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에는 툭하면 최대화, 최소화, 고도화, 극대화, 합리화, 제고, 혁신 등등 무척 부담스러운 낱말이 가득합니다. (우리들의 월용할 월급을 주시는) 회장님께 올려야 하는 자료인 만큼 뭘 해도 최고로 해낼 것이고 뭐든지 하여간 혁신적인 일이고 비용은 최소로 줄이는 거라고 어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야말로 표현의 인플레이션이 아닐 수 없어요. 자꾸 남발하다 보니 쓰는 쪽도 듣는 쪽도 피곤하고 심드렁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우리 회사에 P기업 대표이사(CEO) 님이 강연하러 오셔서 듣게 된 "지속가능경영" 이라는 표현이얼마나 신선하게 느껴지고 머리에 확 박혔는지 모릅니다. 지속가능한(sustainable) 이라는 말뜻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맞아, 기업은 저래야 해' 하고 마음속으로 계속 머리를 끄덕거렸지요. 완전경쟁을 지향하는 자본주의 패러다임에 의해 인류가 이만큼 발전해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대신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자칫하면 인류의 멸망을 앞당길 지도 모르는 폭주기관차 (사실은 폭주불도저라고 쓰고 싶었습니다만) 같은 사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더도 덜도 말고 '지속가능한' 게 좋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음악사업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만든 이 책을 소개합니다. '싸구려 커피' 로 갑자기 유명해진 '장기하와 얼굴들' 과 같이 일하는 - 이름이 좀 웃기고 살짝 저속한듯도 합니다 - 붕가붕가 레코드 사람들이 지은 책입니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 붕가붕가레코드 지음/푸른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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