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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회사 다닙니까?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Adrenaline Junkies and Template Zombies>


졸트상(Jolt Awards)이라고, IT 전반(소프트웨어 개발, 개발도구, 언어, 책 등)에 대해 매년 시상하는 상이 있나보다.
Software Development Magazine라는데서 주는 상인데, 나는 처음 알았다만 아주 권위있고 공신력있는 상인가보다.
www.joltawards.com


이 희한한 제목의 책은, 작년 19회 졸트어워즈 일반도서 분야에서 수상했다.
근데 국내 번역이 되면서 왼쪽의 원서가 오른쪽 모양으로 변신했다.



ㅎㅎㅎㅓ ~
         ㄹ

이미지가 정말 확 변해버린건데, 뭐 원제를 보아하니 번역판 제목을 어떻게 해야할지 무지하게 고민됐겠다는 이해가 되긴 하지만, 표지의 전체 느낌도 그렇고 궁서체 폰트에 키보드를 든 달마까지 그려놓은건 좀 너무하다 싶다.

원제인 Adrenaline Junkies and Template Zombies는, "아드레날린 중독자들과 템플릿에 매몰된 좀비들" 정도의 뜻인것 같고, 책 속의 86가지 행동패턴 중에서 맨 처음과 맨 마지막 소제목이다.
원서의 표지에서 왼쪽 사람들이 벌겋게 해갖고 흥분해 날뛰는걸 보니 아드레날린 중독자들인것 같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어둠의 그림자가 느껴지는것 같으니 그들은 템플릿 좀비들인가보다.


책은, 주로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행동들을 86가지로 패턴화 해놓았다.
꼭 프로젝트 단위의 일을 하는 IT 업계가 아니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어떤 조직에라도 적용할 만한 교훈들이 있다.

나는 IT업계에 있고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도 하고 그 프로젝트의 PM역할을 할때가 있긴 하지만, 워낙 조직 자체에 별로 마음을 두지 않고 대충대충 임기응변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ㅎ  이 책을 어쩌다 사다놨는지를 돌이켜 궁금해하면서 혹시 나중에  정말 '나 자신의 조직'을 이끌어야 하게 될때 참고하려는 마음으로 읽었다.

어쨌거나 내가 속해있는 회사를 반추해보게 되는 내용들이라 도움이 되긴 하는데, 역시나 회사 전체의 분위기에 관한 문제 제기가 많다보니 "그래 회사에 이런 문제들이 있다. 그래서 뭐  말딴 아니면 기껏해야 중간 관리자인 나더러 어쩌라는건가. 높으신 분들께서 이걸 읽어보는 방법밖엔 없겠군. 그런데 높으신분들이 이 책을 읽고 뭔가 변화를 시도한다면 나는 또 거기에 적응하느라 일이 많아지겠군. 입닫아야지." 뭐 이렇게 된다는거지. (역시 난 템플릿 좀비에 가까운듯)

암튼, 나는 직역된 번역서를 좋아하긴 하는데,(영화 번역도 그냥 직역해놓은걸 좋아한다) 이건 좀 매끄럽지 못함을 느꼈다. 틀린 맞춤법도 몇개 있었던것 같고. (출판돼 나온 책에서 맞춤법 오류가 발견되면 아주그냥 기분이 별로임)


공감했던 몇군데를 발췌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목표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느니 '열심히' 하다가 실패하는 편이 낫다.

스스로 개발자라 칭하면서 수년 동안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와 담 쌓은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았으리라. 이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를 요구하는 직장을 찾아 헤맨다. (중략)
(이렇지 않은 사람들)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이 문제를 풀기에 적합한 기술은 무엇일까?"다. "이 기술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가 아니다.

문제는 시간은 무시한 채 돈만 생각하는 태도다. 대다수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시간이 돈보다 더 귀한 자원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시간이 부족해진다. 그때는 돈을 들여서라도 시간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젝트 후반에 이르면 시간을 살 기회는 거의 없다.

영화 평론가는 제작이 거의 끝났거나 끝난 후에 평론을 내놓는다. 즉, 시간이 부족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시점에야 비판을 가한다. 프로젝트가 실패하길 바라서가 아니다. 단지, 자신의 성공과 프로젝트의 성공이 별개라고 믿어서다. 남들에게 당연한 사실을 예리하게 집어내는 관찰자, 불가피한 상황을 정확하게 내다보는 예측자로 보이면 성공이라 믿는다.

약속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정확히 무엇을 약속했는가. 쌍방이 둘 중 하나라도 다르게 해석하면 약속은 깨진다. 흔히 조직 내에 팽배한 불만은 암묵적인 약속에서 기인한다. 쌍방이 약속을 다르게 해석하는 탓이다.(중략) 관리자는 이렇게 불평한다. "1월1일까지 끝낸다고 약속해놓고 어겼습니다. 두번째 날짜를 약속하더니 못맞췄습니다. 세번째 날짜도 가망 없어 보입니다" 개발자는 전혀 다르게 생각한다. "날짜를 약속한 적 없습니다. 특히 그 날짜는 절대로 동의한 적 없습니다."

프로젝트 초반에 보이는 꾸준한 야근은 팀원들이 공포에 빠졌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중략) 애초부터 실패할 운명이라면 어떤 팀원들은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을 보여서라도 필연적인 실패로 쏟아질 비난을 피하려고 애쓴다.(중략)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열의와 직업정신을 그 이유로 내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공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 이거 초 공감!)
때로 프로젝트 관리자나 팀원들은 진실을 천천히 말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책임이 넘어오니까. 많은 기업 문화가 그렇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문제를 해결할 책임도 떨어진다.
"팀장님, 동시 접속자 수가 3배로 늘어나니 옛날 백본 시스템이 견디지 못합니다. 성능이 크게 떨어집니다."
"스미서스, 좋은 지적입니다. 조치를 취하십시오."
2. 필경 다음에 날아올 질문에 답하지 못하니까. 그 자리에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문제만 제기하면 단순한 불평으로 여기니까. 많은 조직에서 불평분자는 승진하기 어렵다.
"팀장님, 프로젝트가 늦어질지 모릅니다."
"스미서스, 얼마나 늦어집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불평분자군."

(벤은 열정적이고 자기 일을 즐기는 사람이다)
벤은 관리하기 쉽다. 아니 관리하기가 즐겁다. 하지만 관리를 잘못 하기가 더 쉽다. 어느 밉상 관리자는 부하 직원이 팀을 떠났을 때 새 인력을 고용하지 않았다. 벤이 일을 좋아하니까 벤에게 일을 몰아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관리자는 조금씩 벤에게 일을 떠넘겼고, 업무량이 참지 못할 수준에 이르자, 벤은 일이 싫어져서 팀을 떠났다. 최고 일꾼이 팀을 떠났다는 소리다. 벤보다 관리자가 입은 손해가 훨씬 컸다. 벤은 금방 일자리를 구하지만 관리자는 벤과 같은 인물을 쉽게 구하지 못한다.


흠, 요까지만 하고.
이 외에도 직장생활에 참고할 만한 충고들이 있고, 나처럼 회사에 애착을 크게 두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도 사생활에 응용할 [꺼리]들이 있다.

책 보면서 밑줄도 긋고 여백에 메모도 하는데, 독후감 쓰려고 줄친부분만 다시 휙 보다가 내가 조직생활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는 진심어린 메모를 발견하고 웃었다.
생산성 높은 조직을 만들어보자는 조언인
"급하고 복잡한 프로젝트는 팀을 한 곳으로 모은다 : 팀이 한 공간에서 프로젝트에 전념하면 마법이 일어난다. 팀원들이 서로의 요구와 능력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여 최고의 이익을 얻어낸다."

이 좋은 충고에 내가 해놓은 메모는
상상만해도 짜증나네ㅅㅂㅋㅋㅋㅋㅋ
이다. 흠;;;


+ 그리고 이 책중 젤 맘에드는 104쪽, 105쪽. 몇개만.
 이렇게 말하면 속뜻은 이렇다. 
 경영진에게 제출할 요약서 만화버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완전히 망쳤습니다. 
 권한이 당신에게 있습니다.  잘못되면 책임 지십시오.
 테스트가 주요 병목으로 밝혀졌습니다.  테스트팀이 버그를 자꾸 찾아냅니다.


굳이 나서서 회사의 나쁜 요소를 확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훌륭한분들, 그런 권한이 있는 높으신분들께는 충분히 지침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나같은 (정신적)자유인들도 소소히 공감하면서 재미로 쉭쉭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 6점
톰 드마르코 외 지음, 박재호 외 옮김/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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