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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보다 먼저 성공한 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32명의 벤처 창업자들과의 생생한 인터뷰

세상을 바꾼 32개의 통찰 - 10점
제시카 리빙스턴 지음, 김익환 옮김/크리에디트(Creedit)
내 RSS리더에는 알라딘의 신간RSS가 등록되어있다. 서점의 신간코너를 재미삼아 훑어보는 기분으로 신간포스트들을 보던중 회사일 때문에 분석중이던 트립어드바이저가 포함된 책을 발견했다. 나는 너무 기뻤고 바로 그날 점심시간에 서점에 달려가서 책을 구해왔다. 출간된지 이틀인가 삼일인가 밖에 안되는 따끈따끈한 책이었다. 저자는 벤처회사들에는 마법같은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그 일들을 알기위해서는 오직 창업자들을 인터뷰해보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이책의 내용이란다. 뭐 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생생하고도 다양한 일들이 인터뷰형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열정
이반 윌리엄스(Blogger.com)는 재정악화로 직원들이 모두 퇴사해서 오직 혼자있을때 리눅스등을 배워가며 유지보수를 했다. 사비어 바티아(Hotmail)는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계획서를  밤새워 썼다. 그날 회사의 상사는 '어제밤 파티를 한모양이군, 오전에는좀 쉬게'라고 말했고 그는 '비슷한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벤처의 출발은 열정이었다. 

 
우연한 발견 
Flickr가 원래 사진저장 사이트로 출발한게 아니라는 사실은 매우 널리 알려졌었다. 이책에도 Flickr얘기가 나온다. 
   
  플리커는 게임 네버엔딩을 개발하는 사이에 장난 삼아 만든 것이었다. 서버 쪽 백엔드 개발이 늦어지면서 유저 쪽 프론트엔드팀이 자신들이 맡은 개발을 먼저 끝내고 기다리던 중에 인스턴트 메신저를 만들어본 것이 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는데, 거기에 간단하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 플리커다(p.393)   
   
Hotmail 은 창립자 사비어 바티아가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중 회사 외부의 동업자와 이메일 연결이 방화벽에 막혀버리는 상황 때문에 시작된것이었다. del.icio.us는 모건 스탠리에 다니던 창립자 조슈아 샤흐터가 자신이 모든 2만개의 북마크를 정리할 방법을 찾던중 시작되었다. 심지어 Blogline의 창립자 마크 플레처는 "블로그라인은 사실 나만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p.357)고 말한다.
재미있지 아니한가.
Flickr 는 게임회사였고 Hotmail은 웹기반개인정보관리사이트였으며 Blogline은 스팸메일방지회사였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벤처를 만들었는데 전혀 엉뚱한 게 성공해버린것이다. 절대원칙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든다'이다. 

속도
Gmail 은 google groups의 소스를 기반으로 단 하루만에 만들어진것이다. 나는 이걸 보고 너무나 놀랐다. 하루? 하루라니. 물론 정식 제품은 아니고 내부 테스트용 이었다. 하지만 구글 직원들로 이루어진 테스트 지원자들이 자신의 이메일 시스템으로 쓸 수 있을정도로 실제로 동작을 잘하는 것이었다. 마크 플레처(Blogline)도 이렇게 말한다.
   
  배운 거라면 투자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소프트웨어 설계는 원리스에서와 똑 같았다. 원리스트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블로그라인에서도 함께 일했기 때문에 원리스트의 복사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p.363)
 
   
카타리나 페이크(Flickr)도 이렇게 말한다.
   
  게임을 만들면서 터득한 기술 덕분에 플리커를 완성하는데는 불과 8주밖에 걸리지 않았다(p.393) 
 
   
개발자인 내가 보기에 재활용성, 객체지향프로그래밍, 컴포넌트기반설계등의 현학적인 단어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지만 작고 합리적인 코딩과 몸에밴 객체지향설계 습관등의 기본베이스가 분명 존재했었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정해지면 매우 빠르게 개발이 이루어질수 있었다고 본다. 아무튼 부럽고도 놀라운 놈들이다.  

팀웍 
조엘온 소프트웨어라는 책으로 유명한 조엘 스폴스키(포그크릭 소프트웨어)그는 이렇게 말한다.
   
  같이 일할 사람 한 명을 설득할 수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게 좋다. 인생을 바쳐 함꼐 일할 사람 두세 명을 설득할 수 없다면 희망이 없다.(중략) 다시 말하건데 직장을 그만두고, 공동창업자를 한명 구하라. 그것이 성공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다(p.532)   
   
스티븐 카우퍼(TripAdviosr.com)도 "창업멤버가 중요하다. 대개의 경우 창업멤버들이 오랜 시간 함께 일하지 못한다."(p.549)라고 말하면서 지속적인 창업멤버들의 팀웍유지를 주문한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건 다른 사람들과 일할수 밖에 없다. 그 시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그건 서로의 인생을 나눈다는 의미일것이다.  공사를  분명히 한다는 의미와는 또 다른 의미이다.  내가  개발자의  인생을 시작한 이유중의 하나는  컴퓨터의 세계에는 인간들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은  없을것이다라는 다소  유치한 이유도 한몫했다.  수학의 원리만 있는 정확한 세계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컴퓨터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 때문이고 그래서 SNS(싸이월드, 블로그등의 사회관계에 집중하는 인터넷기반 소프트웨어들)가 있는 것이다.

투자사와의 긴장
이게 가장 미묘한 문제다. 투자받지 못하면 창업자들이할수 있는일은 다음의 두가지 뿐이다.
(1)생활하기 위해서 직장을 다니면서 평일 밤이나 주말에 일한다
(2)일단 직장은 그만두고  빚으로  살면서 하고싶은 일을 한다
하지만 투자받는다면 이번에는 더 큰 문제가 존재하게 된다
조엘 스폴스키(포그크릭 소프트웨어)얘기 부터 들어보자
   
  만약 투자자가 이런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이사회에서 결정을 해야 한다면 찬성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어느 날 샤워하다가 문득 생각해낸 사랑스러운 아이디어 때문에 우리의 역량이 흩어질지 모른다. 외부투자를 받으면 투자자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가겠다라고 투자자들에게 말하기는 어렵다(p.525)  
   
내가 하고싶은걸 하겠다라는 것은 바로 정체성의 문제다.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수 있다는 것이 조엘의 문제제기인 것이다.

물론 매우 모범적인 TripAdvisor의 사례도 있다
   
   보통은 벤처회사가 인수된 후에 창업자는 떠나고 팀도 해체되고 구조상 맞지도 않는 프로세스를 따라야 하는등 불행한 결과가 초래된다. 하지만 IAC는 '당신들이 운영하고 있으니 우리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알려주기만 하고 진행해달라.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요청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대로 했다(p.552)  
   
상업적인 소프트웨어는 아니지만 파이어폭스의 브레이크 로스(Firefox)는 이렇게 말한다
   
  스트레스가 없는 신생회사를 만들고 싶었고 파이어폭스로 부자가 될 생각도 없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였고 무료였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지 꾸겠다는 거창한 꿈도 꾸지 않았고 그냥 소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결정을 내릴 떄도 자유로웠다. 그런 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게 좋았다. 벤처투자자나 마케팅, 영업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그냥 밤낮으로 제품과 상용자만 생각하면 그걸로 충분했다(p.592)  
   
조엘에 따르면 창업을 꿈꾸던 99.9%사람들이 꿈을 접는다고 한다. 조엘말처럼 불행한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책에서 다루는 성공한 케이스들이 가치있는 것이다. 이책도 한창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고 하던데 책을 사주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창업을 꿈꾸는 사람일것이다. 나는 이런생각을 한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직장을 다녀야만 하는 구조가 싫다. 디지털 노마드가 온다는데 빨리 오면 안되나" 

"인생을 걸어야 하는 힘든 결정을 해야만 창업할 수 있나? 중요한건 고통이 아니라 아이디어의 실현인데,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책의 번역은 왜 이리 매끄럽지 아니한가. 가끔 원본과 대조하고 싶다. 그보다 내가 이해한게 맞긴 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