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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카불의 사진사 - 포토 저널리스트의 일기

- 100마디의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을 남기는 데 목숨을 걸다

 
카불의 사진사 -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의 카불 일기
정은진 지음   2008-02-15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산모 사망률이 높은 아프간에서, 한 여인의 출산 후부터 사망까지의 시간들을 포토 스토리로 연결, 2007 '케어 인터내셔널 르포르타주 그랑프리'를 수상한 포토저널리스트 정은진의 이야기를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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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을 들어본 적이 있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로버트 카파(Robert Capa)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나는 그냥 유명한 포토 저널리스트들의 모임이 매그넘이고,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는 현대 사진의 새로운 장을 연분들이라는 것만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진작가와 포토저널리스트가 어떻게 다른지도 잘 모르고 사진에 대해서는 완전 무식한 사람이다. 

처음 ‘카불의 사진사’라는 책 이름을 들었을 때는 아프칸 인질사태로 카불에 대해서 들어본 때였고 막연히 사진기자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었다.

‘카불의 사진사’는 저자인 정은진씨가 여성이 살아가기에는 최악이라고 말하는 아프카니스탄에서 지낸 1년의 생활과 포토 저널리스트의 세계와 삶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엮어낸 책이다.

저자의 얼굴을(사진으로 봤음)보면 강한 인상으로 터프해 보이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겁도 내고 울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는 그냥 보통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자신이 겪은 아프카니스탄의 이야기와 함께 포토저널리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한다.

저자가 1년간 지낸 아프칸에서의 생활 속에서 힘들고 우울하고 억울했던 마음과 여러 상처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원고지로 거의 2천 매가 넘는 일기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여성 포토 저널리스트가 아프칸이라는 분쟁지역에서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 상황과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가장 심하게 여성이 차별받고 있고 더구나 동아시아 여성에 대하여 모멸에 가까운 취급을 하는 아프카니스탄의 여러 이슈와 문제들을 어떻게 사진으로 작업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일지이다.

이 책은 저자의 아프카니스탄에서의 경험과 포토 저널리스트 세계에 대한 소개로 크게 구성되는데, 저자 본인의 감정과 마음 상태가 녹아있는 일기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은 일관성보다는 살짝 서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용이 서로 앞뒤가 안맞는 것 같다 느낄만큼 생략된 느낌과 함께 행간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은 극한 상황에서 도리어 말문이 막히는 것과 같이 아프칸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반작용인 것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프리랜서 포토 저널리스트로 아프카니스탄에서 작업하다 보니 본인의 작업 내용 중에서 많은 부분이 작업을 의뢰한 언론사에 저작권이 있어서 그런지 실제 작업 내용이나 사진이 단편적으로만 소개되고 있어서 작업 내용을 좀 더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포토 저널리스트의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겠다고 했지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만으로는 그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구나, 분쟁지역을 다녀야 하는구나 정도의 이해밖에 할 수 없어서 아쉽다.

뭐 포토 저널리스트의 에세이 성격의 책에서 포토 저널리즘의 입문서 수준의 내용을 바라는 것은 안되겠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편집되지 않은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고 난 느낌이 드는 책이다. 뭔가 더 얘기를 들려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저자는 아직도 외신이라고 하면 미국 편향적인 시각만이 존재하고 경제나 가십 수준의 관심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보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이슈와 사건이 생겨나는지에 대해서 살짝 느끼게 해주고 있다.

저자는 정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인 것 같다.

나름대로 큰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목표를 향해 세계 속으로 달음박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책에서 듣지 못한 나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