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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개똥MBA] 하이테크 마케팅, 고객을 무시하라


하이테크 제품을 기획, 마케팅하는 모든 분들의 필독서

하이테크 마케팅
김상훈 지음   2005-08-10
기술의 급격한 변화와 혁신에 기인한 불확실성 하에서 하이테크 기업들이 어떠한 마케팅을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하이테크 마케팅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하이테크 상품의 기획과 관련된 이슈들을 정리하였으며, 하이테크 마케팅의 관리 요소들에 대한 보다 실제적인 논의를 담았다.

 

  내가 소프트웨어 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에는 아래아 한글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너도 나도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겠다고 옹기종기 모여서 회사를 차리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겁도 없으니까 그런 사고(?)를 쳤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앞뒤 안 가기로 했었는지 거의 미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 하기만 하면 팔릴 거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참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었다. PC용 유틸리티, 원격 교육 패키지, PIMS , 메신저 등 정말 아이템으로는 안 해본게 없다.

 회사 운영하는 3년차인가, 같이 일하는 팀원이 내게 그런 얘기를 했다. 자기가 솔직히 얘기하면 사장님이 참 "주먹구구"식으로 개발한다고.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돌이켜보면 정말 얼마나 내 마음 내키는데로 일을 했으면 그런 얘기를 들었을까.

  내가 그때 조금은 술을 덜 먹고 책을 좀 읽었더라면,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경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고 내 자신에게 투자를 했더라면 그렇게 회사가 모래성처럼 무너지지는 않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이 책에 의하면 "선택(Choice)에 영향을 주는 모든 활동"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하이테크 마케팅은 또 무엇인가? 책에서 말하는 하이테크 상품은 바로 시장이 불확실하고 기술이 불확실한 상품을 말한다. 바로 IT 관련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에도 한계는 있다. 책에서 얘기하는 사례의 "하이테크 상품"은 주로 구체적인 모습을 가진 "제품"에 해당되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즉 블루레이, HDTV, 셋탑박스, 게임기 등을 말한다. 우리가 웹 2.0 이라고 말하는 웹 서비스에 대한 사례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상품이 "서비스"에 해당된다고 해도 마찬가지 적용가능한 중요한 전략적 방안들이 설명되어 있다. 

  - 왜 "초기 시장" 확보가 "수확체증 경제" 원리를 위해 중요한가?
  - 무어의 법칙과 메칼프의 법칙이 무엇인가?
  - 얼리아답타들이 좋아하는 제품인데 왜 일반 고객들은 구매하지 않는가?
  - 블루레이와 HD-DVD의 표준 전쟁이 왜 중요한가?
  - 무엇을 위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성해야 하는가?
  - 고객을 살펴봐야 하는가? 고객을 무시해야 하는가?
  - 시장이 불확실한 하이테크 상품의 수요 예측은 가능한가?
  - 고객 Lock-In 이 왜 중요한가?
  - 도대체 마케팅 관점에서 "플랫폼 사고"란 무엇인가?
  - Facebook이 플랫폼을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이 책은 많은 하이테크 마케팅 서적의 짜집기라고 비평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서나 정리의 수준이 단순한 짜집기라 하기에는 상당한 수준 이상이다. 

  요새 솔직히 웬만한 책은 한 번 이상 읽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책꽂이에 계속 두고싶은 책을 만난다는 건 짜릿한 희열을 느끼는 일이다.

하이테크 마케팅에 푹 빠진 퓨처워커
2008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