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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석

좌파(?) 시장주의자의 3년에 걸친 세계일주




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
짐 로저스 지음, 박정태 옮김/굿모닝북스
사실 좌파 시장주의자라는 말이 있을리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달리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했습니다.  저자가 아무리 시장주의자라 하더라도 주장하는 내용중엔 상당히 개혁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관료제로 똘똘 뭉친 IMF같은 기구는 없애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저자 짐 로저스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 펀드를 이끌면서 막대한 부를 챙긴바 있는 전설적인 투자자입니다.

누구나 나이 서른일곱에 펀드투자로 수천억을 벌었다면 그림같은 해변이 있고 최고급 호텔이 있는 여행을 상상할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하고 때론 위험한 방식의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자동차로 전세계 국가의 국경을 넘는 것입니다. 그것도 만3년에 걸쳐서 말입니다. 자동차로 국경을 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이라는 책을 보면 잘 알수 있습니다. 바로 국경과 여권이 생겨나면서 생긴일들입니다. 사실 이것때문에 우리는 1천년전 사람들보다도 더 자유롭지 못합니다. 


국경이 사람들의 자유를 막고 있다는 신념은 좌파들의 시선인데 놀랍게도 저자도 같은 주장을 합니다. 사람들이 여권심사대에 길게 줄을 늘어서있을 시간에 생산을 하고 무역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시너지가 발생할지 상상해 보라고 합니다. 존레논의 '이메진'이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내가 알기론 존레논 이후에 어떤 좌파도 국경을 없애자고 감히 얘기하고 못한것 같은데 오히려 시장주의자가 앞장서서 국경을 없애자고 하니 좌파라고 아니 부를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 책은 어려운 경제원리를 아주 쉽게 전달해줍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이 책은 여행기이니까요. 국경을 넘으면 어김없이 환전상들이 달라붙습니다. 여러 환전상들에게 가격을 물어보라는 거지요. 가격이 균일하면 그 나라의 통화는 안정적이라는 신호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서울에 왔을때도 남대문으로 보이는 곳에서 암달러 할머니들에게 환전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식으로 정보를 피부로 직접 느껴보고는 투자할만하다고 생각되면 실제로 증권거래소에 가서 주식등을 매입합니다. 여행하면서 돈도 벌고 있었던 거지요.

그럼 저자는 한국에서는 어떤 종목에 돈을 투자했을까요? 바로 경구피임약입니다. 한국에 5월에 도착한 저자는 소풍나온 어린아이들의 남녀성비가 불균등하다는 것을 용케도 알아냅니다. 그리고는 한국의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을 파악하고는 경구피임약회사의 주식을 매수합니다.

정확히 말한다면, 저자에게는 여행이 곧 역사와 정치등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의 표현이고 또 그렇게 관심을 가지다 보니 투자대상이 보이게 되는것입니다. 저자는 이번의 3년간의 여행말고도 이미 오토바이를 타고 전세계를 일주한 경력이 있습니다. 모두 합해서 5년입니다. 정말 따라해보고 싶은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ps. 저자의 홈페이지(http://www.jimrogers.com/)에 가보면 암달러 할머니들에게 환전하는 짐 로저스를 보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