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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석

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이 말하는 짤막한 소설의 one piece

  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남자, 그들이 암스테르담에 간 까닭은?이 시대 최고의 작가 이언 매큐언의 부커 상 수상작 "부커 상을 받은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은 심리 스릴러로 가장한 힘에 대한 어두운 성찰이자 ...


 최근 이언 매큐언의 "속죄(Atonement)"를 주제로 나온 영화 "어톤먼트(Atonement)"가 나오면서 이언 매큐언의 명성이 또 한번 알려지게 되는 시기를 맞았습니다. 영국 출신의 작가 다운 전통적인 고전풍의 필체와 그에 맞춘 배경을 잘 스며들게 했다는 평가, 더불어 키이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맥어보이의 진지한 연기로 스크린을 장악했다는 관전평들이 이언 매큐언 원작의 영화 다웠다는 이야기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언 매큐언 작품인 "암스테르담"은 사랑과 증오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 입니다. 남녀간에 일어날 수 있는 흔한 사랑과 애증, 질투에 대한 이야기를 5장에 걸쳐서 나열한 "암스테르담"은 뜨거운 사랑을 해보았던, 사랑에 상처받았던 이들이라면 한번쯤 공감할 수 있을 법한 내용입니다.

   
  오래전부터 짤막한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서너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 말이죠. 소설이란 것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독자가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죠. "암스테르담"을 쓰면서 가졌던 욕심은 독자와 그런 플롯을 공유하는 거였지요.  
   
사실 이번 서평을 쓰게 된 "암스테르담"은 작가가 말한 `서너 시간`안에 읽지 못한 유일한 최장의 독서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던 무거웠던 책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암스테르담"을 영화화 한다면 서투르게 보았던 독서 시간을 반성할 겸 "사랑과 애증"에 대해 반성하기 위해 몇번씩 영화를 볼 가능성이 큰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각 장마다 구성되는 이야기 속에는 내용 이상의 구성과 간결함이 묻어져 나왔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극도로 잘 세공된 소설'등 평론가들에게 유독 형식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암스테르담", 정치적인 배경과 권세와 세력, 인간 관계의 질투속에서 나오는 쫀득쫀득한 사회의 부폐들 마저 녹아들게 한 이언 매큐언의 필체는 무겁게만 느껴지는 내용과는 다르게 전혀 다른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매력의 문을 열어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항변?, 핑계다 될 것 같습니다.)를 제외한 독자들은 이 책의 분량에 비례하게 두 세시간안에 짧은 독서 시간으로 "암스테르담"을 흡수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언 매큐언은 "암스테르담"을 연극적인 형식을 빌어서 총 5장으로 구성하여 두 주인공 간의 심리적 요소가 서로 대치되는 강렬한 이야기 풀이식 형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명한 작곡가 클라이브, 일간지 편집국장 버넌, 외무장관 가머니, 출판 재벌 조지, 그리고 몰리 까지. 한 여자 몰리를 사랑한 4명의 남자들. 몰리의 장례식장에 참석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사랑과 증오, 서로 단절된 단어속에서 비춰지는 인간의 애증을 풀어주는 각 장마다 4명의 남자와 한 여인간의 심리적 해결점을 탄탄한 구성으로 풀어주는 이언 매큐언의 도덕성 해부를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4명의 남자가 가지고 있는 직업적 타이틀 속에서 인간의 권세와 세력에 대한 부정부패를 읽을 수 있으며, 시대적인 이해관계를 조심히 살펴 볼 수 있는 간접 경험의 "암스테르담"이 될 것 입니다.

   
  세상은 늘 그렇듯 요지경이었다. 물고기들의 암수가 뒤바뀌고, 영국 탁구는 길을 잃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의사 자격증을 가진 몰지각한 작자들이 짐이 되는 늙은 부모를 제거해주는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런던도 파리도 베를린도 아닌 이상한 세상에서 그들(4명의 남자와 한 여인의 운명적인 만남)을 하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끈 것은 무엇일까?

암스테르담은 여러 가지를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모든 자유가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곳이기도 하며, 공창, 마약, 동성애, 안락사, 자살의 자유까지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의 천국 같아 보이는 이곳에서 두 친구는 천국이 아닌 끔찍한 불신과 배반의 지옥을 만나게 됩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위선으로 가득한 남자들의 연약한 세계, 도덕의 허울 등 이언 매큐언은 `암스테르담'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현대 사회 그 자체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결국 암스테르담은 현 세대, 시대가 낳은 인간의 모순적인 허풍을 조용하게, 조심스럽게 밝히는 실험 소설이라 단정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언 매큐언은 이 시대 최고의 작가로, 최고의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앞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장 유력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덧붙이는 글로, 영화 "어톤먼트(Atonement)" - 이언 매큐언의 작품 "속죄"에 대한 소개와 영화 후기를 남겨봅니다.


영화의 시작 배경은 1935년, 영국 시골에 위치한 탈리스 대저택. 탈리스 집안의 막내딸 브라이오니는 갖은 상상을 즐기는 13살의 작가 지망소녀이다.

브라이오니는 가정부의 아들로서 의대를 졸업한 전도유망한 청년 로비 터너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에 내려와있는 고집센 언니 세실리아와 로비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불편해 한다.

세실리아와 로비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로서, 오랜만의 재회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날 밤 저택을 방문한 브라이오니의 사촌언니가 강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브라이오니는 약간의 사실과 상상력을 조합하여 로비를 강간범으로 지목한다.

세실리아와 로비는 서로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로비는 체포된다. 이후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브라이오니는 속죄(어톤먼트, atonement)하기 위한 길을 찾아 나서고, 영화는 수십년에 걸쳐 펼쳐지는 이들 세 사람의 운명과 사랑을 그려낸다.






*영화 "어톤먼트"의 Trailer를 접하게 된 시점부터 관심있게 기다렸던 영화 중의 영화 였습니다.

영국의 배경과 제2차 세계대전의 시점이 절묘하게 부딪히게 되면서 두남녀 주인공의 시대적인 해결점을 어떻게 풀어줄 것인지를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Ending credit이 올라가는 그때까지 눈을 뗄수 없었던 어톤먼트는 남녀간의 사랑이란 모든 공시대적인 순간에서 전혀 변할 수 없는 불편의 순리라 다름 없었다라는 것을 깨닫게 해줄 수 있는 원작 이상의 영화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어톤먼트, 영국의 고전적인 의상 아이템부터 진정한 영국, 유럽 문화를 영화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자 이언 매큐언이 직접 영화 촬영에도 관여하면서 작품의 난이도와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