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배틀

책배틀 : 야구감독 vs.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이다. 
나에게 야구는 단지 스포츠라고만 하기에는 뭐랄까 조금은 아쉬운 그 무언가이다. 국민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감히 팬이라고 할 수 있고, 일년에 몇 번씩 돈을 주고 직접 구경하는 스포츠이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2003-08-12
.



야구는 국민학교 때(나는 초등학교보다 국민학교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정구공(테니스 공을 정구공이라고 불렀다)을 가지고 동네 친구들과 모여서 시도 때도 없이 하던 운동이었다.

그리고,  군사정권의 3S 정책과 관계없이 파란색 바탕에 하얀색 한자로 적힌 삼성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에 홀딱 반해서 응원하기 시작한 삼성 라이온즈의 25년째 팬이다.

이 책은 이승엽 선수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달성했던 56호 아시아 한 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우던 2003년 말에 읽었던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국민학교 때부터의 여러 가지 야구와 관련된 기억들이 다시 생각났다.

프로야구 원년의 시작과 끝이었던 충격적인 만루홈런과 대학시절 선동열의 방어율보다 학점이 좋나 나쁘냐 농담을 했었고, 미네소타 트윈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놓고 내기를 하기도 했었던 일, 7전8기 끝에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던 2002년에는 일요일 저녁에 재방송을 3번을 봤었고, 한국의 월드컵 4강보다 더 기쁘고 눈물 나는 일이었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항상 삼성 라이온즈 팬으로서는 쉬어가는 경기이고 영양제 같은 경기였다. 하지만, 삼미 슈퍼스타즈 팬들이 있었고 이들에 숨겨진 한은 이 소설을 통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사실 야구 소설이라기 보다는 야구와 함께 성장해 온 우리 또래에 대한 성장소설이고 군대를 다녀와서 대학 졸업반 때 터졌던 IMF의 기억까지 고스란히 담아놓은 너와 나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국민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야구부터 일본에 아쉽게 패배했던 올림픽 예선 경기까지의 야구에 대한 기억과 함께 지나간 추억이 되살아나게 하는 흑백필름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야구 감독
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김석중 옮김   2007-03-24



삼미 슈퍼스타즈가 해체되던 1985년도 시즌은 삼성 라이온즈가 말도 안 되는 전후기 통합우승을 해버린 해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골수팬들간에도 말이 많은 첫 우승인데, 삼미 슈퍼스타즈 팬들과는 조금은 다른 우승에 대한 한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 소설은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에게 한 권씩 사주고 싶은 소설이었다.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8번 한국시리즈에 나가서 7번 준우승하고 8번째인 2002년에 우승할 때는 정말 눈물이 나고 가슴이 뭉클했었다. 검은 바지와 빨간 상의에 해태는 왜 그리 우승을 쉽게 하는지......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내가 보기에는 주인공인 감독이 맡은 팀이 과거의 삼성 라이온즈와 비슷한 점이 보였다. 물론 실제로 선수들의 사고나 태도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승에 대한 집념이나 야구에 대한 신념이 없어 보이는(겉으로) 모습은 과거의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모습인 것 같았다.

최근에 일본 드라마나 소설을 접하면서 다루고 있는 주제의 다양성과 깊이를 보면서 많이 놀라게 된다. 일본 드라마나 소설 특유의 오버하는 듯한 모습은 약간은 부담스럽지만, 일본 문화가 가지고 있는 저력이 다양성에서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야구감독은 실제로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금방 빠져들 만큼 재미있다. 실제로 존재했던 선수나 감독 그리고 팀을 그대로 살려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있고 텍스트를 읽지만 영상과 이미지가 머리에서 바로 그려지는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약간의 스포일러지만, 시즌 최종전의 결과에 따라 우승의 향방이 가려지는 긴장이 최고도로 올라간 상태에서 소설을 끝을 내고 있다.

작년에 읽었던 소설이지만, 지금도 내 책상에 나와있고 틈만 나면 아무 쪽이나 펴서 읽어보는데 그때 마다 빠져드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SK 와이번즈의 김성근 감독이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