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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 경영에 대한 혜안을 얻는 방법

통찰력을 원한다면 인문의 숲으로 가자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 정진홍의 인문경영
정진홍 지음   2007-11-19
 

나에게 인문학이라는 것은 미국에서 범죄자들이나 빈곤층 계층 사람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통해서 갱생의 의지를 만들어주는 삶의 근본과 관련된 학문인가 하는 정도의 이해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들었지만, 인문학과 경영이 어떤 관계가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오늘날처럼 급속한 변화와 글로벌 경쟁체제에서의 경영을 위해서는 통찰의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통찰(通察)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insight)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훑어 살펴보는 통람(通覽), overview를 합쳐서 통찰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통찰력을 어디서 키울 것인가? 문(文), 사(史), 철(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에서 통찰력의 자양분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책은 2005년 8월부터 매달 한차례씩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주최하는 인문학 조찬특강 '메디치21'에서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의 각 장마다 강의에서 사용해서 그런지 잘 정리된 내용으로 역사, 창의성, 디지털, 스토리, 욕망, 유혹, 매너, 전쟁, 모험 등 인문학의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11세기 비잔틴 제국의 공주가 베네치아 공화국에 시집오면서 삼지창 비슷하게 생긴 포크를 가져와서 사용하는 것을 보고 그때까지 맨손으로 음식을 먹던 서유럽인들이 경악했던 모습을 얘기할 때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독서법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는데,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독서법은 경영이나 경제 분야의 실용서 위주로 보게 된다. 

**법칙이나 **기술 등의 이름이 붙은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책을 원하게 되는데,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역시 실을 바늘허리에 감아서 쓸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 책 한권을 읽고 감히 인문학의 자양분을 충분히 얻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앞으로 인문의 숲에 들어서기 위한 입문서로서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고 또한, 저자가 주장하는 '인문경영'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실제 경영과 어떻게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지를 자상하게 알려준다. 

인문의 숲에 들어가서 길을 잃어버릴 것 같은 막막한 마음이 드는데,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강의를 기존의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강의를 하셔서 그런지 각각의 주제별로 인용한 책과 저자를 밝히고 있어서 앞으로 인문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 같다. 

이 책은 아직도 여전히 인문학이 단순히 학제간의 분류정도로만 이해되고 있는 나 같은 공대 출신 직장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인문학에 감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매력적인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