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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예전에 어린이 잡지를 보던 집은 부자였습니다.

유치원생 이상을 자녀로 둔 분들께 권하는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


  저 같은 386 세대에게 "새소년", "소년중앙', "어깨동무" 같은 어린이 잡지는 하나의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구질구질한 만화방에서 누렇게 오래된 만화책이나 보는 것이 문화의 전부였던 제게 어린이 잡지는 하나의 넘을 수 없는 문화 수준의 차이였었죠.

  간만에 집에서 큰 아들 놈이 무슨 책을 보나 하고 보았더니 어린이 잡지라는 것을 보더군요. 예전에 향수가 떠 오르기도 하고 오랜만에 무관심한 아빠에서 좀 벗어나보려고 책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잡지는 "개똥이네 놀이터"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책 제목도 참 친근하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새 애들도 이런 이름을 좋아할지는 좀 의문이지만요.


  첫 페이지를 펼치니 우리 세대의 로망인 태권V가 그려진 달력이 나오는군요. 이거 아들 녀석 잡지에 있는 달력인데 오려다가 제가 가진다고 하면 또 난리가 나겠지요? 몰래 사사삭~.

 

 
"열두 달 일과 놀이"라는 제목의 내용입니다. 사진을 제대로 못 찍어서 그렇지 그림이 참 예쁩니다. 온갖 자극적인 만화만 보던 아이들에게 참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겠다"라는 그림이었습니다. 


잡지니 당연히 "과학코너"가 있어야겠지요. "킁킁이가 간다"라는 코너의 내용입니다. 이번 달에는 반달가슴곰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편안한 배치와 그림들이 지루하지 않는 구성입니다.


  역시 어린이 잡이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연재 만화겠지요? 우리도 새소년에서 "20세기 기사단"을 읽었고 어깨동무에서 "도깨비 감투"라는 명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연재되는 것은 "안녕, 전우치?"라는 하인석 작가의 만화입니다. 그림체는 역시 잡지의 분위기에 맞도록 부드러운 스타일입니다. 내용은 어떨지는 좀 두고 봐야겠군요.


그림은 "알콩달콩 옥이네 이야기"라는 연재 그림 소설 같은 내용인데 이번 달 주제는 "수학시험"이었습니다. 아마도 교육적인 내용들을 만화로 풀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림만 보면 무슨 사진만 있는 것 같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가로 세로 낱말 풀이"라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 재미없어 하는 낱말 풀이도 재미있게 구성하려고 노력한 것이 보입니다.

 

또 다른 연재 만화로 "명랑 모험 만화"라는 부제의 "두근두근 탐험대"라는 제목의 만화입니다. 그림체가 예사롭지 않아 검색을 해보니 이미 인터넷으로 유명한 작가이신 "김홍모"님의 만화입니다. 꽤 기대가 되는 스토리이군요. 


책 속 부록 부분입니다. 책을 오려서 작은 책을 만드는 부분입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것 같군요. 요새 애들은 카드 형태로 되어야만 좋아하나 봅니다.

  제 큰 아들놈도 수수께끼를 참 좋아합니다. 그림은 수수께끼 10개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수수께끼 하나도 이렇게 그림이 없으면 재미없어 하니 정말 책 만들기 어려운 세상인 것 같습니다.

  아들 녀석의 잡지를 보면서 오랜만에 어린 시절에 추억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요새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유해한 콘텐츠가 많은 세상이라서 애들 키우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도 좋은 책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늘 곁에 두고 싶은 친구 같은 느낌의 잡지였습니다. 

  잡지라는 형태가 좋은 점은 바로 내용을 흡수하는 쪽에서 부담이 덜 하다는 것입니다. 단행본은 아무래도 두껍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잡지는 다양한 내용을 지루하지 않게 구성하기 때문에 흥미를 잃지 않고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물론 들어있는 만화만 쏙쏙 읽어 버리는 저희 아들 녀석이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과거에 부자 집에서만 어린이 잡지를 보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여러분은 아마 자녀에게 잡지 하나 사주는 것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잡지는 애들에게 좋은 친구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따뜻한 겨울을 읽고 있는 퓨처워커
2008년 1월 1일

월간 개똥이네 놀이터 2007.12 - 스물다섯 번째
보리 편집부 지음   2007-12-01
다양한 연재만화와 동화, 어린이들이 부모와 만들어 볼 수 있는 요리, 동식물 소개,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관찰일기, 인물 인터뷰, 낱말 풀이 퀴즈, 달력, 어린이 독자가 직접 쓴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매달 함께 주는 <부모님 책&rt;은 아이들의 독서지도와 일상에서 부딪히는 자녀교육 문제에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번 호는 종이 가면과 2008년 달력이 부록으로 제공된다.



PS. 내용의 사진은 보리 편집부의 월간 개똥이네 놀이터 2007년 12월호를 제가 촬영한 것입니다. 보리 편집부의 사전 허락을 받지 않았으므로 혹시 사진 게재에 문제가 있으면 메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